국내에는 ABA 국가자격이 없습니다. 언어재활사나 작업치료사처럼 나라에서 관리하는 면허가 없으니, 누구든 ABA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기관인지는 치료의 우열이 아니라 자격의 이름, 평가 근거, 수업 감독, 진전 서류 네 가지로 가릅니다.
“ABA를 해보라고 해서 알아보고 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병원에서, 어린이집에서, 아는 엄마에게서 ABA 이야기를 듣고 찾아보기 시작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검색을 해도 어디가 좋은 곳인지는 잘 안 보이고, 전화를 걸어봐도 다들 좋다고 하십니다.
문제는 결국 다녀봐야 안다는 점입니다. 한 곳을 겪어보려면 몇 달이 걸리고, 아니다 싶어서 옮기면 그 몇 달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좋은 ABA 기관을 고르는 기준 네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① 인증된 ABA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자격이라는 말 대신, 자격증의 이름을 보셔야 합니다. 국제 자격을 정식으로 취득하고 수백 시간의 감독 실습을 채운 분도 있고, 언어치료나 작업치료를 전공한 뒤에 ABA를 따로 공부한 분도 있습니다. 몇 달짜리 민간 교육을 이수하고 바로 아이를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분들이 나쁜 마음으로 하시는 건 아닐 겁니다. 다만 제도가 없으니 그게 가능합니다. 문제는 부모님 앞에서는 이 세 경우가 전부 “ABA 선생님”으로 똑같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ABA는 미국에서 체계가 잡힌 치료라 국제 인증 기관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BACB와 QABA입니다.
- BACB (Behavior Analyst Certification Board, 미국 행동분석가 자격인증위원회): https://www.bacb.com/
- QABA (Qualified Applied Behavior Analysis Credentialing Board, 미국 응용행동분석 자격인증위원회): https://qababoard.com/
두 곳 다 등급이 나뉘어 있습니다. BACB에는 세 단계가 있습니다.

- RBT — 40시간 교육과 역량 평가. 치료 보조 인력이고, 반드시 상위 자격자의 감독을 받으며 일합니다.
- BCaBA — 학사 학위와 1,000시간이 넘는 감독 실습, 그리고 시험. 역시 BCBA의 감독 아래 일합니다.
- BCBA — 석사 학위와 2,000시간에 가까운 감독 실습, 그리고 시험. 독립적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다른 치료사를 감독할 수 있습니다.
QABA도 비슷하게 세 단계입니다.

- ABAT — 치료 보조 자격.
- QASP-S — 학사 학위, 188시간 교육, 1,000시간 실습.
- QBA — 석사 학위, 270시간 교육, 2,000시간 실습.
자격을 유지하려면 계속 보수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한 번 따면 끝나는 게 아니라 2년마다 갱신해야 합니다. 정확한 시간·등급 요건은 해당 기관이 공시하는 기준을 따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으면 좋습니다. ABA 자격과 별개로 치료 전공 자격이 있는 경우입니다. ABA는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방법론입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실제로 가르치는 것은 언어이고, 놀이이고, 사람과 주고받는 일입니다. 말이 나오기 전에 무엇이 먼저 되어야 하는지, 이 아이의 발음이 왜 이런지, 지금 이 놀이가 발달상 어디쯤인지는 ABA가 아니라 치료 전공에서 나옵니다.
ABA 자격만으로도 수업은 이루어집니다. 다만 언어재활사처럼 치료 전공 자격을 함께 갖고 있으면, 같은 목표를 잡아도 그 안을 채우는 내용이 달라집니다. 방법과 내용을 한 사람이 다 갖고 있는 것입니다. 필수는 아닙니다. 그런데 있으면 분명히 다릅니다.
② 검증된 프로그램으로 평가하고 가르치는가
갈리는 것은 “개별화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 말의 근거입니다. 어느 센터에 전화하셔도 아이에 맞춰 프로그램을 짠다고 하실 겁니다. 그런데 그 말 안에는 서로 다른 것들이 섞여 있습니다.
- 정말로 아이를 평가해서 목표를 뽑는 곳이 있습니다.
- 준비된 커리큘럼을 아이마다 순서만 바꿔 돌리는 곳도 있습니다.
- 선생님이 보시기에 필요할 것 같아서 정해지는 곳도 있습니다.
세 경우 다 개별화라고 부를 수는 있습니다. ABA에는 검증된 프로그램이 있고, VB-MAPP과 ABLLS-R이 대표적입니다.

자폐와 발달지연 아동의 언어와 학습 능력을 평가하고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 VB-MAPP은 한국어를 포함해 12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쓰이고, ABLLS-R은 544개 항목을 25개 영역으로 나눠 아이의 현재 수준을 확인합니다. 이름은 어려워도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아이가 지금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되는지를 아주 잘게 쪼개서 확인하는 것입니다.
- 원하는 걸 요구하는 건 되는데 눈앞에 없는 걸 말하는 건 안 되는지.
- 사물 이름을 듣고 고르는 건 되는데 직접 이름을 말하는 건 안 되는지.
- 사람을 보는 건 되는데 동작을 따라 하는 건 안 되는지.
이렇게 수백 개 항목을 하나씩 확인하고 나면 아이의 지도가 그려집니다. 어디까지 채워졌고 어디서부터 비어 있는지가 보입니다. 목표는 그 경계에서 나옵니다. 지금 막 되기 직전인 것, 조금만 도와주면 넘어갈 수 있는 것이 다음 목표가 됩니다.

이 프로그램은 평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확인한 항목이 그대로 가르칠 목록이 됩니다. 지금 이것을 가르치고, 달성하면 다음 목표로 넘어가고, 막히면 어디서 막혔는지를 다시 항목으로 확인합니다. 이 과정이 없으면 치료 목표를 체계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생각이나 감으로 정해 버립니다. 감으로 목표를 정하면 시간은 흐르는데 아이는 제자리에 머물게 됩니다.
③ 슈퍼바이저가 수업에 직접 들어오는가
ABA는 사람이 곧 프로그램입니다. 수업은 매뉴얼대로만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날의 수업 안에서도 판단이 계속 일어납니다. 지금 안 하는 게 어려워서인지 하기 싫어서인지, 도움을 얼마나 줄여야 할지, 세 번 연속 성공한 것이 진짜 익힌 건지 우연인지, 오늘따라 안 되는 게 컨디션인지 목표가 안 맞는 건지. 이런 판단이 회기 내내 이어집니다.
같은 평가 도구를 쓰고 같은 목표를 잡아도, 수업 안에서 내리는 판단이 다르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 판단을 담당 선생님 한 분이 전부 지고 있으면, 어느 지점에서 판단이 어긋났을 때 잡아줄 사람이 없습니다. 아이가 몇 주째 같은 자리에 있어도, 원래 시간이 걸리는 일인지 방법이 안 맞는 건지를 그 선생님 혼자 결정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슈퍼바이저가 필요합니다. 다만 여기서도 갈립니다.

슈퍼바이저가 서류만 보는 곳이 있고, 수업에 직접 들어오는 곳이 있습니다. 기록으로 보는 것과 아이를 직접 보는 것은 잡아낼 수 있는 것이 다릅니다. 데이터에는 정답률만 남지만, 실제로 들어가서 보면 이 아이가 왜 여기서 막히는지가 보입니다. 얼마나 자주 점검하느냐도 봐야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회의를 하면 어긋난 방향이 한 달을 갑니다. 아이 입장에서 한 달은 짧지 않습니다.
④ 아이의 진전을 서류로 확인할 수 있는가
수업이 끝나고 나오면 오늘 잘했다는 말을 듣습니다. 좋아지고 있다고요. 그 말이 반년째 이어지면 마음이 이상해집니다. 좋아지고 있다는데 집에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합니다. 여쭤보면 답은 옵니다. 그런데 매번 말로만 옵니다.
말로 하는 경과와 서류로 남는 경과는 다릅니다.

아이의 성장이 담겨 있는 서류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반년 전에는 여기였는데 지금은 여기다, 이건 채워졌고 이건 아직이다, 그래서 다음 반년은 여기를 목표로 하겠다. 이게 눈에 보이면 부모님도 판단하실 수 있게 됩니다. 잘 가고 있는지, 방향을 바꿔야 하는지를요.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합니다
네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천안 한그루발달센터 ABA 치료가 이 네 가지에 어떻게 답하는지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자격

- 아이를 직접 맡는 담당 치료사가 QABA의 QASP-S와 언어재활사 자격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 슈퍼바이저인 부원장은 BACB의 BCBA와 언어재활사를 갖고 있습니다.
- ABA 치료, 언어치료, 사회성 그룹 치료까지 모두 경험한 전문 치료사입니다.
프로그램
- VB-MAPP과 ABLLS-R로 아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목표를 거기서 뽑습니다.
- 그 목표를 그대로 수업에서 가르치고, 되면 다음 칸으로 넘어갑니다. 평가와 수업이 따로 놀지 않습니다.
감독
- 원장, 부원장이 센터에 상주하면서 수업에 직접 들어갑니다. 서류도 보지만 서류로만 보지 않습니다.
- 그리고 매주 사례회의를 합니다. 오늘 이 아이가 어디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이대로 갈지 바꿀지를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기록
- 치료를 시작하고 한 달 뒤에 오리엔테이션을 합니다. 한 달 동안 아이를 보고 나서 지금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되는지, 그래서 어디에 비중을 두고 갈 건지를 부모님 앞에 펴놓고 말씀드리는 자리입니다.
- 그다음부터는 7–8개월 간격으로 진전 서류를 씁니다. 그리고 그 서류를 놓고 진전 상담을 합니다.

저희가 제일 신경 쓴 것은 이 네 가지가 따로 놀지 않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 평가에서 뽑은 목표를 수업에서 가르치고,
- 그 수업에 부원장이 직접 들어가서 보고,
- 매주 사례회의에서 이대로 갈지 바꿀지를 정하고,
- 그게 쌓여서 진전 서류가 됩니다.
하나가 다음으로 이어지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지금 이 시간이 다시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루라도 엉뚱한 데 쓰지 않으려고 이렇게 합니다.
ABA 치료, 제대로 된 기관에서 시작하세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서 여기까지 읽으셨을 겁니다. 그럼 이제 시작하시면 됩니다.
진단서는 없어도 됩니다. 대학병원 검사를 기다리는 중이셔도 괜찮습니다. ABA를 해보라는 말만 듣고 오셔도 됩니다. 먼저 아이를 봅니다. 지금 무엇이 되고 무엇이 막혀 있는지 확인하고, 무엇부터 목표로 할지 정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그 순서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ABA 알아보고 있는데요.” 그 한마디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국내에 ABA 국가자격이 있나요?없습니다. 언어재활사나 작업치료사처럼 나라에서 관리하는 면허가 ABA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자격이라는 말 대신 BACB·QABA처럼 자격증의 이름을 보셔야 합니다.
자격증만 있으면 좋은 기관인가요?자격은 첫 번째 기준입니다. 평가 프로그램으로 목표를 뽑는지, 슈퍼바이저가 수업에 직접 들어오는지, 진전이 서류로 남는지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진단서가 있어야 ABA를 시작할 수 있나요?진단서는 없어도 됩니다. 대학병원 검사를 기다리는 중이어도, ABA를 알아보라는 말만 듣고 오셔도 아이를 직접 보며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